2015 간사이 - 06 : 토롯코 열차

우타노에서 란덴을 타고 가타비라노쓰지에서 내렸다.　역무원에게 우타노에서 왔는데 운임 내고 프리 티켓 사야 하냐고 물었더니 아니라며 표 사란다.　500엔 내고 란덴 프리 티켓 구입 완료.　다른 교통 패스들이 얇은 플라스틱 카드 형태인 반면 란덴 프리 티켓은 그저 맨들맨들한 종이에 커다랗게 인쇄된 종이 쪼가리 한 장.　ㅋ

그걸 받아들고 아라시야마 가는 란덴으로 갈아탔다.　란덴 사가 역에서 내려 앞으로 쭈욱 걸어가니...

JR 사가 역 등장!　이 날은 쓰지 않았지만 어찌 되었든 주력 교통 카드는 간사이 스루 패스였기에 JR은 탈 수 없었고 자연스럽게(?) JR은 피해 다녔다.　-ㅅ-

내가 내렸던 란덴 사가 역 방면을 알려주는 표지판

JR 사가 역 바로 옆에 토롯코 사가 역이 있다

여기저기 블로그에서 많이 보던 사진을 실물로 보고.　ㅋ

안으로 들어가니 호즈 강 유람선 표 파는 곳이 보인다.　아저씨 한 분이 표를 사고 있어서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내 차례가 되어 호즈강 유람선을 타고 싶다 말했더니 기차 표를 달라고 한다.　응?　뭔 기차 표?　　　알고 보니 호즈강 유람선 표는 토롯코 사가 열차 표를 보고 나서 도착 시간에 맞춰 사게끔 배려해주는 시스템이었다.

열차는 약 28분을 달린다.　토롯코 사가 열차는 주요 역에서 미리 예매가 가능한데 사방이 뚫려 전망이 좋은 5호차 만큼은 현장에서만 구매가 가능하다.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하고 5호차로 달라 할까? 그냥 탈까?　망설이고 있는 사이 이미 표가 나왔다.　5호차다!　따로 얘기 안 해도 5호차로 줬다.　나보다 먼저 표를 산 처자들은 그 앞의 일반 열차로 간 걸 보면 외국인이라고 배려해준 게 아닌가 싶다.

이게 인사의 힘이다.　외형만으로 100% 정확하게 국적을 알아낼 수가 없지 않은가?　일본인 남자는 꼬롬하게 생겼고 여자는 볼이 됐든 광대가 됐든 분홍 분홍 파우더였으며 중국인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냄새가 난다 정도가 내가 국적 식별하는 기준이었는데 정확하지는 않았다.　일본인들도 마찬가지인지라 아무 말 안 하고 있으면 일본인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그래서 항상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했다.　저 다섯 음절 덕분에 '스미마셍~　니혼고가 하나세마셍~　와따시와 강코쿠진데스~' 라고 주절거리지 않아도 되었으니...　ㅋ

토롯코 사가 표를 구입하고 나서 바로 옆의 호즈 강 유람선 표 파는 곳으로 다시 갔다.　뭔가 굉장히 뿌듯하게(?) 열차 표를 내밀었더니 유람선 표를 주면서 이것저것 설명해준다.　유람선 타는 곳까지 버스로 가야 하는데 버스 비도 같이 계산하겠냐고 해서 그러겠다 했더니 310엔짜리 버스 표를 같이 줬다.　하나 하나 봉투에 넣으며 이게 버스 표, 이게 배 표, 하고 친절하게 설명해주더라.　영어 제법 잘하시는 분이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되든 안 되든 일본어 위주로 떠들어보자고 다짐했지만 막상 사람 앞에 서면 엉망진창 영어로 지껄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ㅠ_ㅠ

각종 기기의 충전이 가능한 테이블

토롯코 사가 역에는 이런저런 볼거리들이 제법 있었는데 열차 시간 때문에 하나도 보지 못했다.　다음 열차를 타고 여유 있게 이것저것 구경해도 됐을테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한 시간이나 볼 거리들은 아니다 싶어 그냥 포기하고 가장 빠른 열차를 탔다.

다른 열차와 달리 창문이 없고 바닥도 투명한 5호 열차.　토롯코 사가 역 현장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

이렇게 생겼다.　왼쪽의 일본인 처자 둘은 앞 쪽의 일반 열차 타러 가더라.　들떴는데 신나게 웃으며 사진 찍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어김없이 광대에는 분홍 분홍~　ㅋㅋㅋ

열차를 끌고 갈 기관차.　이 녀석은 반대 쪽에 있는, 카메오카에서 사가로 올 때 힘을 쓸 녀석이다.

바닥이 이렇게 생겼다.　5호 차만 이렇다.

천장도 투명하고 좌우도 유리가 없다.　의자는 딱딱한 나무 의자.

이 녀석이 표다.　5호 차라고 따로 동그라미까지 쳐주며 알려주셨다.　지정 좌석제다.　내 자리는 6D.

날씨가 좋지 않아 걱정했는데 점점 좋아졌다.　호즈 강 유람선 못 탈까봐 걱정했었는데...　ㅋ

길 건너에 보이는 JR 사가 역.　바로 앞에 있는 집들은 진동과 소음 때문에 조금 괴롭지 않으려나?

조화인 줄 알았는데 물이 뚝뚝 떨어지는 걸 보니 생화인 모양이다.　예전에는 어디 놀러가도 꽃 사진 같은 건 찍지 않았는데 지금은 꽃이나 풀때기 같은 것들이 참 예뻐보인다.　늙긴 늙었다.　하아~　-ㅁ-

내 자리~

건너 편 철로 위로 JR 線이 지나간다

연륜이 보이는 등과 등갓

정해진 시각이 되자 칼 같이 출발한다.　조금도 미적거리지 않는다.

최초로 나온 터널.　이런저런 터널들이 여러 번 나왔다.

벽에 잔뜩 박힌 전깃줄들이 신기해서 찍은 사진

출발하고 처음 나온 역.　여기서 누군가가 막 내린다.　역무원들이 뭐라 뭐라 하는데 시끄러워서 잘은 못 들었지만 여기는 내리는 곳이 아니라고 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꾸역꾸역 내린다고 한 모양이다.　3분 남짓?　달랑 그거 타고 애먼 역에서 내리더라.　-ㅁ-

토롯코 사가 열차 탄 사람들 중 이 사진 안 찍은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을까?　ㅋㅋㅋ

열차 탔던 사람들이 쓴 글 읽어보니 홀수 자리에 앉으라 하더라.　왜일까 싶었는데 출발하고 처음 나오는 절경이 왼쪽에 펼쳐졌다.　아...　이래서 홀수 자리에 앉으라고 했었구나...　ㅠ_ㅠ

하지만 이내 강은 오른쪽으로 넘어와 있었다.　짝수 쪽 자리 앉아도 잘 보이네, 뭐.　ㅋㅋㅋ

뭔 탈 뒤집어쓰고 이벤트도 한다던데 그런 건 없었고...　처자 두 명이 폴라로이드 카메라 들고 다니며 사진 찍어주긴 했다.　공짜는 아니고 1,000엔 받았는데 여행 다니면서 좀처럼 내 사진 찍을 일이 없어서 당연히 부탁했다.　찍고 바로 주는 게 아니라 조금 후에 사진을 종이 액자에 넣어 주면서 돈 받아 가는데...　사진 찍는 솜씨는 별로다.　딱 받아드니 사진 속에 오징어가 한 마리...　아오, 잘 좀 찍어주지! 하고 은근히 섭섭했는데...　나중에 거울 보니 거기에도 오징어!!!　-_ㅡ;;;

평소보다 벚꽃이 좀 일찍 필 것이라고 해서 은근히 기대했는데 벚꽃 봉오리도 못 봤다.　하지만...　벚꽃이 만개했을 때 이 열차를 탄다면 사육신도 세조를 용서할 정도로 환상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만약에 어느 처자가...　남자 친구의 노력으로...　벚꽃이 만개했을 때 토롯코 사가 열차 탔다면...　나중에 결혼해서 가사일 반분 어쩌고 하지 말고 그저 충성을 다해라.　진짜 어지간한 노력으로 불가능한 일을 해낸 거니까.　나야 비수기에 가서 쉽게 5호차 탔지만...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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