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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659

2020년 10월 17일 토요일 맑음 (자다가 사고 치다) 혼자 산 지 오래 되었기 때문인지 홀아비 냄새에 민감하다. 나한테는 그런 냄새가 안 날 줄 알았는데 언제부터인가 방에서 독거 노인 시그니처 꼬랑내가 나는 게 느껴지더라. 그 때부터 온갖 종류의 방향제를 다 써봤다. 가장 맘에 드는 건 반고체 타입의 복숭아 향이었지만 이건 3일도 못 간다. 처음에만 향이 화악~ 나고, 그 다음부터는 아무 향도 안 나는 거다. 결국 내가 선택한 건 양키 캔들. 향이 좋기도 하고 오래 남아서 좋더라. 가성비도 나쁘지 않은 것 같고. 그러는 와중에도 틈나는대로 디퓨저 따위를 사고, 실망하고, 또 사고, 또 실망하고. 그러다가 지난 달에 500㎖ 짜리 대용량 디퓨저를 '또 한 번 속아본다' 라 생각하고 질렀는데 이게 인생 디퓨저였다. 향도 맘에 들고 며칠 가다가 마느 다른 디퓨저.. 2020. 10. 17.
2020년 10월 15일 목요일 맑음 (어영부영 또 한 주가 간다) 이번 주라고 해봐야 내일 하루 남았다. 내일만 출근하면 닷새를 논다. 그리고 나서 이틀 출근하면 또 주말이다. 신난다.토요일에 잠시 사무실에 가서 돈 좀 벌다가 포항에 내려갈 생각이다. 옷이랑 옷걸이랑 그 외 필요한 것들 챙긴 뒤 일요일은 광주에 갈 계획. 미리 사둔 조화로 아버지 묘소 좀 꾸밀 생각이다. 처음에는 주차장에 차 세워두고 잘 생각이었다. 바로 옆에 화장실도 있겠다, 널찍해서 나쁘지 않은 생각이라고 판단. 하지만 이내 포기했다. 포항에서 ○○으로 가지고 갈 짐을 싣고 광주에 가는 거니까 차에서 자는 건 무리일 것 같다. 결국 35,000원 짜리 모텔을 예약. 3,000원 할인 받았다. ㅋㅋㅋ광주에서 하루 자고 다음 날 올라와서 짐 정리 좀 하고, 그대로 쉴지, 태백이나 정선으로 갈지, 아직 .. 2020. 10. 15.
2020년 10월 14일 수요일 맑음 (오랜만에 술 처묵) 신해철. 1968년에 태어나 2014년에 세상을 떠난, 천재. 마왕이라 불리던 신해철은 나와 띠동갑에 가까운 나이 차가 있는 형님이다. '육교 위의 네모난 상자 속에서 처음 나와 만난 노란 병아리 얄리는 처음처럼 다시 조그만 상자 속으로 들어가 우리 집 앞 뜰에 묻혔다' 고 한 게 1974년. 내가 태어나기 5년 전의 일이지만 197×년에 태어난 나도 초등학교 때 같은 일을 겪었다. 지금의 중국처럼 알록달록 염색한 병아리는 아니었지만 그저 노란 병아리가 마냥 귀여웠던 초, 아니, 국민학생 시절이었다. 떡볶이와 오뎅을 먹을 수 있는 엄청난 거금, 100원을 주고 사들고 온 노란 병아리는 일주일이 채 지나기 전에 세상을 떠났다. 귀엽다고 미친 듯 만져대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코흘리개에게는 당.. 2020. 10. 14.
2020년 10월 13일 화요일 맑음 (살짝 쌀쌀/휴가!) 오늘 아침 기온이 많이 떨어진다더니 실제로 꽤 쌀쌀했다. 밖에서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으면 춥다고 느낄 정도의 날씨. 하지만 나는 이 정도 날씨가 딱 좋다. 이런 날씨가 계속되면 좋겠지만... 1년에 이런 행복한 날씨는 며칠 안 되지. 예전에는 퇴근 시간 이후에도 회사에 남아 일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몇 푼이나 번다고 저러는 걸까?' 라 생각했더랬다. 정해진 근무 시간만으로도 스트레스가 가득 차버리니 남아있고 싶은 마음이 1g도 안 드는 거지. 하지만 요즘은 내가 한 푼이라도 더 벌겠답시고 꾸역꾸역 남아 있는다. 빚이 잔뜩인지라 한 푼이 아쉽다.지금 담당하고 있는 업무는 힘든 정도나 양 같은 걸 스스로 조절할 수 있어서, 실시간으로 쫓기듯 근무하던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다. 당연히 말 많은 것.. 2020. 10. 13.
2020년 10월 12일 월요일 흐림 (좋은 사람 나쁜 사람/회사에서 열세 시간 반) 내가 볼 때 A라는 분은 무척 좋은 사람이다. 항상 유쾌하게 인사를 하고, 나이와 경력이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권위 의식 같은 걸 찾아볼 수 없다. 새로운 걸 배움에 있어 두려움이 없고 언제나 다른 사람을 칭찬한다. 반면 B라는 사람은 내 입장에서 별로. 먼저 인사를 하는 꼴을 본 적이 없고 내가 먼저 인사를 해도 별 반응이 없다. 이건 내성적이라거나 낯을 가리는 것과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싸가지가 없는 거다. 좁은 복도에서 맞딱뜨려도 인사조차 제대로 안 하는 사람이니 더 말할 게 있나. 같은 공간에서 일하지 않으니까 일을 제대로 하는지, 인성이 어떤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하나를 보면 열을 아는 거지.아무튼, 그런 이유로 A라는 사람은 좋아하고 B라는 사람은 싫어한다. 그런데 B가 A에 대한 불만을.. 2020. 10. 12.
2020년 10월 11일 일요일 흐림 (피로가 텍사스 소 떼처럼 몰려온다) 스물네 시간 근무를 마치고 돌아와 한 시간 반을 자고 일어났다. 일하면서 의자를 눕혀 잠깐 잔 게 40분 정도니까 두 시간 조금 넘게 잔 셈. 더 자야 한다는 생각이 있긴 한데 몸이 따라주지를 않네.6개월 동안 24시간 근무를 하면서 한 번도 스페셜한 상황을 겪지 않았는데 이번에 터졌다. 다행인 건, 미리 준비를 해서 나름대로 잘 대처했다는 것.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대로 대처할 자신이 없어서 내가 근무할 때 스페셜한 상황이 터지면 어떻게 하나 고민을 했더랬다. 내가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면 결국 쉬고 있는 사람에게 도와달라고 해야 하니까. 하지만 이제는 혼자서 해결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한결 마음이 놓인다. 24시간 근무를 들어가는 날이면 티를 내지 않았을 뿐 은근히 쫄아 있었는데 이번 근무부터는 조금 .. 2020.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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