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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행 』

2020 안면도 여행 5. 에코앤힐링 게스트하우스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0.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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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초에 계획한 다음 목적지는 두산 염전이었지만 비가 오고 있어서 포기했다. 바닷물을 가둬 증발시킨 뒤 소금을 거둬들이는 방식의 염전은 비 오는 날에 작업하지 않으니까 가봐야 볼 것도 없겠다 싶기도 했고.

  • 예약한 숙소는 에코앤힐링 게스트하우스. 지난 10월부터 영업을 시작했다는 글을 봤다. 그래서인지 티맵에서는 검색이 안 되더라. 네일베 지도에서는 검색이 되니까, 목적지로 설정한 뒤 출발.

  • 안내대로 잘 따라갔는데, 애먼 곳에서 도착했다며 안내를 종료해버린다. 앞에는 선미식품 공장. 오른쪽은 아무 것도 없고, 왼쪽은 멜로우 데이즈. 멜로우 데이즈라는 곳과 같이 영업하는 건가? 뒤 쪽에 있어서 안 보이는 건가? 안으로 들어가봤지만 인터넷에서 본 게스트하우스 건물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일단 차를 돌려 다시 큰 길로 나갔다.

  • 왔던 길로 다시 나가니 고바우 식당이 보인다. 아, 여기가 게스트하우스의 사장님이 집 밥 같은 느낌이라며 추천해주신 식당이고만. 농협 앞에 차를 세웠다.

  • 게국지도 좋고, 꽃게 요리도 좋고, 안면도에서 유명한 음식을 먹고 싶었지만 혼자이다 보니 식당에 들어가는 게 꺼려진다. 내 돈 내고 눈치봐야 하는 상황이니까 그게 싫은 거. 혼자 사는 사람이 잔뜩 늘었고, 혼자 여행하는 사람도 점점 많아지는 추세인데, 거기 특화해서 장사한다면 돈 좀 만질 수 있을 게다.

    일찌감치 IT로 돈 벌고자 하면 보안 or 모바일 말고는 답이 없음을 예언한 사람이 하는 말이니 요식업자들은 참고하십쇼! 어중간하게 혼자 앉을 수 있는 창가 쪽 자리 두고 준비를 마쳤다고 하는 게 아니라, 혼자 부담없이 와도 된다고 홍보하고, 혼자 먹을 수 있게끔 메뉴도 정리하고 그러면 금방 소문날 겝니다. 실제로 안면도의 그 많은 식당들이 하나 같이 혼자 들어가기 부담스러운 포스를 팍팍 풍기고 있었으니까 말이지요.

    고바우 식당은 삼겹살이랑 오리구이가 주력인 듯 했기에 '굳이 안면도까지 가서?' 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게스트하우스의 사장님이 추천해주신 곳이니 일단 들어갔다. 아저씨 두 분과 아주머니 한 분이 한창 수다 중이셨는데 '한 명인데 식사 되냐?' 고 쭈글이 같이 여쭤본 뒤 빈 자리에 앉았다. 젊었을 때에는 1인분 식사 안 된다는 식당에 가서 "그럼 2인분 주세요!" 하고는 몇 젓가락 안 뜨고 "더럽게 맛없네, ㅽ!" 하고 계산하는, 패기를 가장한 또라이 짓도 했었지만 나이 먹고 그 질알하면 미친 ×이지.



메뉴를 보니 백반 말고는 시킬 게 없어서 주문을 했더니 이내 나온 된장찌개. 색깔이 엄청나게 진하다.


  • 공깃밥이 한 그릇 따라나왔는데 당연히 부족할 거라 생각해서 한 공기를 더 주문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먹던 공깃밥과 다르다. 밥을 꾹! 꾹! 눌러 담아서 양이 꽤 많았다. 서울 같았음 세 공기를 채우고도 남을 양.

  • 반찬은 그냥저냥 평범했지만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배 부르게 먹고 8,000원 냈으니 가격도 상당히 착한 편.

  • 밥 먹고 있는 와중에 아저씨, 아줌마 네 명으로 구성된 팀이 들어왔는데 마스크도 안 쓰고, 수다 떠느라 정신이 없다. 아저씨와 아줌마 여러 명이 조합되면 남 눈치 안 보고 무례해지는 건 왜인지... 에휴... 제발 곱게 늙자고 다짐했다.

  • 밥을 먹고 나와 농협 ATM 기기에서 현금을 좀 찾고 맞은 편의 할인 마트에서 맥주를 샀다. 숙소 근처에 편의점이나 마트가 없어 보였으니까.

  • 밥도 먹었겠다, 맥주도 샀겠다, 이제는 진짜로 숙소에 가야 한다. 아까 선미식품 앞에서 멈칫 했었는데 사진을 보니까 옆으로 길이 있는 것 같더라고. 설마 그 옆으로 가면 되는 건가 싶어 아까 차를 돌렸던 곳으로 다시 향했다. 외부인은 출입하지 말라는 안내문을 무시하고 공장으로 진입! 하지만... 옆에 길이고 나발이고 없다. 민망해서 잽싸게 차를 돌려 나갔다.

  • 네일베 지도가 삽질을 하니까 티맵을 믿어보는 수밖에. 티맵에서는 상호로 검색이 안 되니까 주소를 찍고 갔다. 그 덕분에... 개고생을 했다. ㅽ



  • 네일베 지도와 다른 경로로 안내를 하긴 하는데 완전 시골 길로 보내는 거다. 길은 좁지, 아직 차 폭을 제대로 감 잡지 못해서 불안하지, 총체적 난국이었다. 게다가 굽이굽이 시골 길이다 보니 가라는 길이 여기인지 저기인지조차 모르겠다. 결국 좁디 좁은 시골 길을 엄청나게 헤맸다. 아주 오래 전에 시멘트로 포장된 좁은 시골 길에서 옆으로 미끄러져 빠진 적이 있는데 딱 그렇게 생겨먹은 길이라 예전의 아픈 기억이 떠오르기도 했고.

  • 주차된 차와 전봇대 사이를 빠져 나가려는데 과연 갈 수 있을까 싶고, 차는 부딪친다면서 계속 삐익~ 삐익~ 거리고. 후진으로 빠져나갈 엄두조차 나지 않는 길이라서 창문 열고 옆을 보면서 부들부들 떨며 간신히 빠져 나갔다. 헤매고, 또 헤매고. 설마 여기일까 싶으면서도 그 놈에 혹시 때문에 올라간 언덕 길은 앞이 가로막혀 있었다. 후진으로 낑낑거리며 다시 내려가다 보니 길 아니라고 써붙여놓은 박스 종이가 보인다. 대체 왜 올라갈 때에는 보이지 않았던 걸까?

  • 잔뜩 헤맨 끝에 가까스로 숙소에 도착했다. 아무리 좋다 한들 가는 길 때문에 다시는 못 가겠다 싶더라.



  • 차를 세우고 벨을 누른 뒤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데 운전석 창문에 알록달록한 무지개가 언뜻 비쳐 보였다. 뭐지? 어디에서 기름이라도 튄 건가? 의아해하면서 창문을 보다가 고개를 들었는데... 들었는데...



허... 헐... 세... 세상에나...



사진 찍을 때에는 몰랐는데 뒤 쪽에 하나가 더 있는 쌍 무지개였네. 와아...


살면서 이렇게 또렷하게 보이는 무지개도 처음이고, 그 끝이 땅에 확실하게 닿아있는 무지개도 처음이다.



카메라는 차 안에 있는지라 부랴부랴 손전화를 들이대는데 그 사이에 무지개가 옅어지기 시작한다.

이런 역대급 무지개를 보게 하려고 그렇게 고생을 시켰던가 싶더라.



조용한 시골에 자리 잡은 깔~ 끔한 숙소. 새 건물 티가 확~ 난다.


이내 문을 열어주신 사장님. 오느라 고생했다며 투덜거리다가 같이 무지개를 감상했다. ㅋㅋㅋ



4인 도미토리 룸을 예약했는데 예상대로 나 밖에 없어서 독채 쓰는 셈이 되었다. ㅋ



침대는 철제, 옷걸이와 작은 서랍이 갖춰져 있었다.



한 쪽 벽에는 거울과 드라이어, 빗도 있었고.



벽면에는 콘센트와 거치대로 추정되는 뭔가가 붙어 있었다.


서지오(멀티탭)를 이용해서 전기를 쓰게끔 한 게스트하우스도 많은데 침대마다 두 개의 콘센트가 벽에 붙어있는 걸 보니 처음부터 설계를 그렇게 한 모양이다 싶더라. 깔끔해서 보기 좋았다.




방에서 바로 데크로 나갈 수 있다. 비가 와서 이용하지 못했지만 친구들 네 명이 한 방 잡으면 좋겠다 싶더라.



데크 쪽에서 보면 이렇게 생겼다.



화장실 겸 욕실도 깔~ 끔하다. 샤워하는 공간은 커튼으로 가릴 수 있게 되어 있다. 수압이 엄청나더라.



수건 두 장, 베개, 이불, 요가 압축 팩에 들어 있었다.


뽀송뽀송한 침구. 깔끔했다. 다만, 수건에서는 실내 건조했을 때 나는 꿉꿉한 냄새가 조금 났다.



바깥 쪽의 바비큐 룸에 나가 맥주를 마시면서 마사미 님과 수다를 떨었다.



혼자인데도 추울 거라며 히터를 켜주셨다. 반팔 티셔츠를 입고 있는데도 더울 정도로 빵빵하더라.



 마실 때마다 '카프리는 병에 든 게 진짜인데...' 라고 생각하지만 희한하게도 보이면 사게 되는 게 카프리 캔 맥주.




재미도 없는 글, 끝까지 봐주셨으니 숙소의 장/단점과 가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좋았던 점

  1. 친절하신 사장님. 웃으며 맞이해주시고, 상냥하게 안내해주시고. 커피도 내려주시고. 감사했습니다.

  2. 철제 침대는 누워서 뒤척거리면 삐그덩~ 삐그덩~ 나쁜 소리를 내기 마련인데 그런 게 전혀 없었습니다.

  3. 샤워기의 엄청난 수압. 거짓말 조금 보태면 피부가 약한 사람은 구멍나겠다 싶을 정도였습니다. 따뜻한 물도 잘 나왔고요. 다만, 바로 따뜻한 물이 나오기에 안심했는데 물이 점점 차가워지더라고요. 전에 데워놨던 물이 나오고 다시 데워질 때까의 텀이 있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안 좋았던 점

  1. 위치. 이게 절대적이네요. 일단 자기 차가 아니면 상당히 가기 어려운 곳에 자리 잡고 있고요. 자기 차로 가더라도 처음 가보는 사람이 쉽게 찾아갈 수 없는 곳에 있습니다. 운전이 미숙한 사람이라면 더욱 더.
    사방이 논이다 보니 근처에 음식이나 술 같은 걸 살 수 있는 곳도 없습니다.

  2. 수건에서 나는 꿉꿉한 냄새. 이건, 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니까 딱히 단점이라 하기 그렇지만 어쨌든.

  3. 와이파이가 안 잡힙니다. 저는 데이터 무제한 이용자라서 관계 없었습니다만 조금 아쉬웠네요. 아, 5G 가입자라도 LTE 를 쓸 수밖에 없는 동네입니다.

  4. 침대 기둥과 바닥에서 알 수 없는 파장 같은 게 느껴졌습니다. 예전에 경기도 광주에 살던 집에서도 그런 게 느껴졌는데요. 손을 대면 찌릿하게 전기가 올라온다는 게 아니라, 그냥 웅웅웅웅~ 하는 장력 같은 게 느껴지는 겁니다. 희한한 건, 새벽에는 그런 게 안 느껴지더라고요. 보일러가 작동할 때에만 느껴지는 건가 싶기도 하고 확실한 이유는 모르겠네요. 광주 살 때에도 집 벽에서 그런 게 느껴지기에 뭔가 안 좋은 거 아닌가 싶긴 했는데... 아무튼 원인 미상의 파장 같은 게 느껴질 때가 있었습니다. 네가 민감해서 그런 거 아니냐고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는 세상 둔한 사람입니다.

  5. 방과 화장실에 쓰레기통이 없습니다.


상자 안에 쓴 글만 보면 단점이 훨씬 많아 보입니다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혼자 써서 편한 것도 있었지만 숙소 자체는 깔끔하고 안락했습니다. 다만 단점이 고쳐지면 더 좋아질 거라 생각하니까요. 만약 다시 안면도에 간다면 또 저기에 묵겠냐고 묻는다면, 일행이 있다면 그리 하겠습니다. 방에서 바로 테라스로 이어지는 게 참 좋더라고요. 일행이 나를 포함해서 네 명 정도 된다면 먹을 걸 사들고 가서 즐겁게 묵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혼자 간다면... 안 갈 것 같네요. 위치가 최고의 단점입니다.


일단 2020년 11월 기준으로, 네일베 지도는 검색이 되지만 아예 엉뚱한 곳으로 안내를 합니다. 티맵은 주소로 검색해야 하는데 엄청난 난이도의 길로 안내를 합니다. 새로 나온 카니발처럼 커다란 차라면 절대 못 갑니다. 좀 더 편하게 가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목적지를 '고남 패총 박물관' 으로 설정하세요. 가다 보면 학교 앞이라면서 속도 줄이라는 경고를 할 겁니다. 마을 근처에 도착한 겁니다. 속도 제한 구역을 지나면 마을이 나옵니다. 거기에서 식사를 하고 필요한 것들을 구입하세요.




마을을 지나면 1분도 채 안 걸려 박물관이 나옵니다. 목적지로 설정하긴 했지만 가려는 곳은 아니니까 그냥 지나칩니다. 박물관을 지나친 지 얼마 안 되어 고남 오일뱅크 주유소가 나올 거예요. 거길 지나가자마자 반대 편에 시멘트로 포장된 길이 보일  겁니다. 맞은 편에 차가 오는지 주의하면서 거기로 진입하시고 그 뒤로는 그저 길 따라 가면 됩니다. 반대 쪽에서 차가 오면 한 쪽이 물러나야 할 정도로, 딱 차 한 대 다닐 정도의 길이니 천천히 지나갑시다. 갈래길이 나와도 그냥 이게 메인이다 싶은 길로 가다 보면 왼쪽에 게스트하우스가 나올 겁니다.





2020 안면도 여행

 01. 프롤로그

    └ https://pohangsteelers.tistory.com/2141

 02. 안면도 가는 길

    └ https://pohangsteelers.tistory.com/2145

 03. 안면암 부교

    └ https://pohangsteelers.tistory.com/2146

 04. 안면도 수목원

    └ https://pohangsteelers.tistory.com/2147

 05. 에코앤힐링 게스트하우스

    └ https://pohangsteelers.tistory.com/2148

 06. 원산안면대교

    └ https://pohangsteelers.tistory.com/2149

 07. 원산 해수욕장

    └ https://pohangsteelers.tistory.com/2150

 08. 고남 패총 박물관

    └ https://pohangsteelers.tistory.com/2151

 09. 새만금 홍보관

    └ https://pohangsteelers.tistory.com/2152

 10. 에필로그

    └ https://pohangsteelers.tistory.com/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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