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도에서 가장 먼저 갈 곳은 안면암 부교. 나무로 만든 좁은 다리인데 양 옆에 스티로폼을 붙여 밀물 때에는 물 위에 뜨게 된다. 사진을 보자마자 여기부터 가야겠다고 생각했더랬지.
내비게이션이 안내해주는대로 가면 되고 길도 복잡하지 않은데도 포장도 잘 되어 있다. 다만, 맞은 편에서 차가 오면 한 쪽으로 바짝 붙어야 할 정도의 폭이라 운전이 미숙한 사람이나 나처럼 차량 폭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은 마음이 불편할 수도.
주차장은 포장이 안 되어 있고 바닥에 선도 없다. 하지만 공간이 널찍해서 여유롭게 차를 세울 수 있다.
올라가는 길. 가다보면 꽃피는 절인가 꽃피우는 절인가가 있는데 안면암이랑 관계 없다고 써붙여 놨다.
└ 겸사겸사 보고 가라고 해도 될텐데 굳이 선 긋는 걸 보니 틀림없이 돈이 얽혀 있겠고나 싶더라. -ㅅ-
여긴, 뭐... 다 거대하다. 입구의 한글 현판도 엄청 거대하고, 탑이나 절 건물이 모두 크다.
가는 도중에 빗방울이 톡, 톡, 떨어지기 시작했는데 차에서 내리자마자 확 굵어진다. 예전에는 이러지 않았던 것 같은데 최근 몇 년 동안은 확실히 비를 몰고 다니는 느낌. '맑다가도 내가 뭘 했다하면 비가 내린다' 는 쪽보다는 '비가 오긴 하는데 실내에 있을 때에는 얼마 안 내리다가 나가는 순간 쏟아진다' 는 쪽이다.
보이는 길을 따라 가면 어렵지 않게 부교에 도착할 수 있다.
출입 가능 시간에 대한 안내가 있긴 한데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는 게 아닌지라 아무 도움이 못 된다. 태안군 홈페이지에서 반드시 물 때를 확인해야 한다. 물 들어오는 걸 별 거 아닌 걸로 생각했다가는 뉴스에 날 수 있다. 아니, 부상탑 쪽으로 걸어가다가 물 들어오는 거 보고 화들짝 놀라 돌아가면 다행이지. 부상탑에서 어영부영 하면서 '에이, 괜찮아~' 라거나 '그렇게 빨리 안 들어온다~' 하면서 여유 부리다가 갇혀 버리면 여섯 시간 이상을 묶여 있어야 한다. 119 전화해서 민폐 끼치지 말고 미리 물 때를 확인하자. 여기 → http://www.taean.go.kr/prog/sunRise/tour/sub03_05/list.do
정오 무렵이 채 안 되었을 때가 썰물의 정점이었는데 두 시간 정도? 지나서 가도 물이 빠져 있었다.
그러고보니 히로시마를 여행하면서 미야지마에도 갔었는데 그 때에도 물이 빠져 있었다. 바다 속에 박혀 있다는 거대한 도리이를 보고 싶었지만 썰물 때였기에 걸어서 도리이까지 갈 수 있었다. 이 날 역시 물에 뜬 다리 위를 걸을 수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삼각대에 카메라를 고정해서 물 들어오는 걸 타임 슬립으로 찍어보고, 물 위에 뜬 다리도 경험해보고 싶었지만... 싶었지만... 마음이 그렇다는 거지, 실제로 할 생각은 없었다. 비가 제법 거세게 내려 짧은 거리를 걷는 동안 바지가 다 젖었고 신발에도 빗물이 스며드는 상황이었던지라 만사 귀찮았다.
이름도 안면암 부교이고, 같은 원리로 만들어 밀물이 되면 물에 뜨는 탑도 있고, 당연히 절에서 만든 다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검색하다보니 절과 아무 관계없는 다리였는데 언제인가부터 불경의 문구 따위를 붙이기 시작해 지금에 이르렀다는 내용의 글이 있더라. 실제로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국내 여행 1001' 에서 소개하는 사진을 보면 다리의 기둥 형태나 부표의 모양이 지금과 다르다. 불경 문구 따위 역시 보이지 않고.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948161&cid=42865&categoryId=42865
마을 주민이나 다른 누군가가 만든 다리에 절에서 숟가락 얹은 뒤 내 밥상이라 말하는 거라면 상당히 꼴 보기 싫은 모양새이긴 한데 관리 주체가 어디인지 알 수가 없으니까 함부로 말하기도 어렵다. 부상탑의 소개 글을 보면 불자들이 부교를 만들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부상탑도 만든 것이라 하는데, 이 말이 사실이라면 처음에는 그냥 물 위에 뜨는 다리 정도를 만들었다가 나중에 기둥을 꾸미는 등의 수고를 더한 게 아닐까 싶다. 뭐, 개인적으로는 불경 문구 같은 건 없는 쪽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짱뚱어가 많다는데 쥐알만한 새끼 한 마리 말고는 전혀 보지 못했다. (・□・;)
게는 제법 많이 보이더라. 열심히 흙 파먹고 있었다. ㅋ
밀물 때에는 여기에서 멈춰야 한다. 이 앞은 바닷물이 출렁출렁하고 있으니까. 썰물 때에는 내려서 걸으면 된다.
└ 뻘이라 푹푹 빠지는 거 아닐까 싶기도 했는데 의외로 땅은 굉장히 단단했다.
지나온 길을 돌아봤다. 절 건물이 특이하긴 하다. 우리나라 절 같지 않아.
부와앙~ 하는 소리가 들려 하늘을 보니 경비행기가 날고 있었다. 아, 근처에 한서대학교 태안 비행장이 있었지.
다리와 같은 원리로 만들어져 밀물 때가 되면 물 위에 뜨는 부상탑.
비가 제법 많이 내렸다.
저 멀리 보이는 것들은 낚시를 하는 좌대인 걸까? 낚시에는 취미가 없지만 좌대에서 하룻 밤 보내보고 싶긴 하다.
우리나라 사람들, 돌탑 참 열심히 쌓는다. 하긴, 자식들 시험 합격이나 취업, 병에서의 회복 등 빌 게 많긴 하지.
부상탑을 보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으니까, 금방 돌아가게 된다.
돈 많이 낸 사람들은 이렇게 특별 관리(?) 된다. 일본의 절도 돈 많이 낸 사람들은 특별하게 표시하는 티를 낸다.
└ 아무리 거창한 교리를 내세운다 한들, 결국 돈인 거지. (종교 혐오자입니다, 저는.)
서산대사가 한 것으로 알려진 저 유명한 말은 김구 선생님의 말씀으로도 알려져 있기도 하다.
부교는 이렇게 고정이 되어 있다. 물이 들어왔을 때 이게 풀리면 낙동강 오리알 되는 거지.
└ 2019년 3월에 그렇게 고립되었다 구조된 사례가 있다.
└ https://www.ytn.co.kr/_ln/0115_201903210439268306
시멘트 포장이 아니라 흙길로 보였는데 차가 달리더라. 저기도 물 들어오면 잠기는 곳인데. 괜찮은 모양이다.
안면암은 건물들이 모두 거대하게 느껴진다. 지방의 절 치고는 제법 규모가 있는 편.
아는 게 없으니까 탱화를 봐도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아는 만큼 보이니 눈에 뵈는 게 없다. (;・д・)
비에 젖어 조금 무서운 불상이 되어버렸다.
여기도 돌탑. ㅋ
올라가도 된다는데 혹시나 실례가 아닐까 싶어 사진만 찍고 올라가지는 않았다.
잠깐 돌아보고 온 사이에 다른 차들이 다 빠져 나가고 내 차만 덩그러니.
입구 현판을 지나면 기념품과 커피를 파는 가게가 나오고 그 옆에 화장실이 자리 잡고 있다. 남자 화장실 출입문은 활~ 짝 열려 있고, 내부에서 방류하는 사람이 고스란히 보이는 구조. 큰 일 보는 곳은 나오려던 ×도 쏙 들어갈 정도로 무서운 분위기였고, 손 씻는 곳 역시 세균으로 가득한 내 손보다 더러워 보여 이용할 엄두가 안 났다.
손전화를 이용해서 광각으로 찍은 사진도 꽤 맘에 든다.
안면암 부교는 외국인 친구들에게도 소개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에 드는 곳이었다.
비가 오는 가운데 나 말고는 중년? 장년? 의 커플 밖에 없었고 그 분들도 금방 다른 곳으로 가버리셨기에 혼자서 고즈넉한 경치를 여유롭게 즐길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이 없어서, 온전히 나 혼자여서 더 좋게 기억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2020 안면도 여행
01. 프롤로그
└ https://pohangsteelers.tistory.com/2141
02. 안면도 가는 길
└ https://pohangsteelers.tistory.com/2145
03. 안면암 부교
└ https://pohangsteelers.tistory.com/2146
04. 안면도 수목원
└ https://pohangsteelers.tistory.com/2147
05. 에코앤힐링 게스트하우스
└ https://pohangsteelers.tistory.com/2148
06. 원산안면대교
└ https://pohangsteelers.tistory.com/2149
07. 원산 해수욕장
└ https://pohangsteelers.tistory.com/2150
08. 고남 패총 박물관
└ https://pohangsteelers.tistory.com/2151
09. 새만금 홍보관
└ https://pohangsteelers.tistory.com/2152
10.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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