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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650

2023년 11월 01일 수요일 맑음 (까닭 없이 힘든 날) 뻔하디 뻔한, 너무 상투적인 말이지만, 벌써 11월이다. 매년 11월 1일이 되면 똑같은 생각을 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건 '곧 생일이고나.' 정도? 무력감이 커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요즘이다. 억지로 힘을 내보려고 하는데, 쥐어짜는 건 한계가 있다. 스스로 즐겁지 않으니까 뭘 해도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드는 거다. 그래서 억지로 힘내지 말자고, 그냥 널부러져 있자고 타협하지만, 정작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 스스로가 한없이 한심하게 느껴진다. 지난 주에 이것저것 잔~ 뜩 질러버린 덕분에, 화요일에 택배 폭탄을 맞았다. 세 번에 나누어 집으로 옮겼고, 거실은 택배 상자로 가득 찼다. 내 앞으로 온 게 맞는 지 확인을 하고, 내용물을 확인한 뒤 상자를 뜯고, 상자를 펼쳐 재활용 쓰레기로 버릴 준비를 하고.. 2023. 11. 1.
2023년 10월 29일 일요일 맑음 (하루종일 방에서) 하루종일 집에만 있었다. 밖에 나가지 않았다. 일요일이니까. 예전 일요일은 뭔가, 일요일스러운 분위기가 있었다. 아침 일찍 문 열던 가게도 셔터가 내려져 있고, 길에 보이는 사람도 없고, 마치 지금의 유럽처럼. 요즘은 24시간 영업하는 곳도 많고 일요일에도 아침 일찍 문 여는 가게가 많지만 예전에는 남들 쉴 때 쉰다는 분위기였다. 이 동네는, 실로 오랜만에 일요일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서 좋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월세가 비싸다. 그나마 사람답게 살 수 있었던 집을 얻었던 게 ㄱㅈ 살 때와 ㅍㅌ 살 때였다. 두 곳 모두 전세 1억 짜리였다. 당연히 내 돈은 아니었고 은행에서 빌려서 집을 얻었더랬다. 요즘은 전세 사기가 워낙 심하니 엄두를 못 내겠다. 실제로 저 두 곳에서도 이사 나올 때 쉽지 .. 2023. 10. 29.
2023년 10월 26일 목요일 맑음 (그나마 살 구멍이 터지다) 정신과 전문의가 유튜브에서 '우울증에 걸리기 쉬운 사람'으로 '완벽주의자'를 꼽더라. 내가 저기에 해당하는 사람이다. 사람이니까 실수할 수 있고, 몰라서 틀릴 수 있다. 하지만 애초부터 알려 하지 않거나 '틀리면 어때'라는 식으로 일하는 사람을 보면 화가 난다. 내가 월급 주는 것은 아니지만 받은 만큼 일하라는 게 과도한 요구는 아니지 않은가? 나는 내 할 일 하고, A는 A가 할 일, B는 B가 할 일을 한다면 완벽하지 못할 때의 스트레스는 나만 받으면 된다. 내가 원인 제공자이고 내가 피해자니까 누구도 탓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의 근무 체계는 그렇지 않다. W가 한 일을 내가 이어받아야 하고, 내가 한 일을 W가 이어받아야 한다. 그리고, 그 W가 평균 이하의 실력으로 일을 하는 바람에 다음 근무자.. 2023. 10. 26.
2023년 10월 25일 수요일 맑음 (우울증이 심해져 무기력함이 터져버리다) 인생 최대 몸무게를 보자마자 이건 안 된다 싶었다. 사실, 내 키에 지금의 몸무게 앞 자리도 말이 안 되는 거다. 아버지는 내게 탈모 뿐만 아니라 비만의 유전자도 분명히 물려주셨을테니 방심하는 순간 퐁~ 하고 퍼져버릴 게 분명하다. 안 된다. 안 된다. 있을 수 없는 몸무게였기에 바로 극단적인 살까기에 돌입했다. 일단, 아무 것도 안 먹었다. 출근해서 커피 두 잔 마신 게 전부. 다음 날은 미숫가루 세 봉 까서 먹고, 커피 두 잔 마시고 아무 것도 안 먹었다. 저러는 동안 하루에 5㎞씩 걸었고. 그렇게 이틀 만에 5㎏를 깠다. 까는 김에, 목표량까지 까보자 싶더라. 그래서 샐러드를 주문하고, 18시 이후에는 마시는 것 외에는 절대 먹지 않기로 했다. 맥주를 마시게 되면 자꾸 이것저것 주워 먹게 되니까 당.. 2023. 10. 25.
2023년 10월 22일 일요일 맑음 (오랜만에 운동) 인생 최대 몸무게를 찍었다. 살면서 스스로 최고의 몸 상태라 느꼈을 때보다 20㎏이 불었다. 애써 모른 척 했지만 알고 있었다. 오랜만에 본 고모가 왜 이렇게 부었냐 했고, (⊙_⊙;) 헐렁까지는 아니어도 팔락거릴 정도는 되는 티셔츠가 몸에 딱 달라붙었다. 최고치를 기록할 거라 예상하면서 체중계에 올랐더니 믿을 수 없는 몸무게가 찍혔다. 그럴 수밖에. 최근에 먹고, 자고, 마시고, 먹고, 자고, 마시고를 반복했으니까. 날이 추워져서인지, ㅄㅺ가 꼴값을 떨어서인지, 우울증이 심해져서 폭식하고 퍼져 자고, 아무 것도 하기 싫어 그저 누워 있다가 또 잠이 들고, 그러다 일어나서 배 고프지도 않은데 또 처먹고. 나무 젓가락도 살 찔 패턴으로 살았으니 당연하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일단 샐러드를 시켰다. 그.. 2023. 10. 22.
2023년 10월 05일 목요일 맑음 (병원) 병원에 다녀왔다. 예약한 날이 어제인 줄 알았는데 오늘이었다. 열 시 20분으로 예약이 되어 있었기에 아홉 시 반이 넘어 씻으러 들어갔다. 바깥 날씨가 제법 쌀쌀해서 위에는 긴 팔 후드, 아래는 반바지를 입고 나갔다. 나가자마자 깨달았다. 나에게는 아직 덥고나. 용광로를 품고 사는 나에게는 아직 긴 팔은 무리였던 것이다. 그나마 밖에만 있는다면 괜찮았을텐데, 실내로 들어가니 땀이 나기 시작했다. 11월까지는 반 팔로 다녀야 하지 않을까 싶다. 병원에 도착하면 예약 시간이 되어도 좀 더 기다리기 마련인데 오늘은 바로 입장했다. 뭐, 묻는 건 항상 똑같다. 요즘 어떠냐는 얘기. 그래서 그냥, 똑같다고 했다. 대신, 밑밥을 좀 깔았다. 실은, 이번 달에도 한 2주 쉬었음 싶었는데 마음을 바꿔서 좀 더 버텨보기.. 2023.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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