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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649

2023년 09월 22일 금요일 맑음 (꿀 같은 2주가 끝) 8월에 2주를 쉬었고, 이번 달에도 2주를 쉬었다. 덕분에 피폐했던 마음이 꽤 회복이 된 듯 하다. 물론 회사에 가는 순간 다시 너덜너덜해지겠지만. 단 시간에 암 환자를 치료하려면 암 세포를 완전히 제거해버리는 수밖에 없다. 나는 지금 암 세포는 가만히 두고 몸에 좋은 음식이나 먹고 휴식하고 있으니 근본적인 치료는 불가능하다. 암 세포를 떠올리면 짜증이 치솟아 오르지만, 내가 내 배를 갈라 암 덩어리를 꺼낼 수도 없는 노릇이니 참고 살아야 한다. 회사에서 주는 월급 꼬박꼬박 받으면서 받는 만큼 결과를 만드는 것 외에는 할 줄 아는 게 없으니 어쩌겠어. 참고 살아야지. 다행히 길게 쉬고 나서 오랜만에 출근하는 게 주말이라서 결재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되고, 조금은 풀어져도 상관이 없을 것 같다. 게다가 다음.. 2023. 9. 22.
2023년 09월 14일 목요일 비옴 (그냥, 그런 날들의 반복) 7일은 출근해서 저녁 근무를 했고, 8일부터 쉬기 시작. 당장 8일에 순창으로 떠났고, 버스를 이용해 광주까지 갔고, 아버지 앞에서 이런저런 이야기하며 소주를 마셨더랬다. 숙소로 돌아가 좋은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다음 날 하루 더 묵을까 말까 하다가 돌아왔다. 10일은... 뭐했지? 기억이 안 난다. 11일도, 12일도. 아, 12일에는 세차했고나. 순창 다녀오면서 차에 들이받아 터져버린 벌레 사체를 씻어냈다. 어제는 불국사와 문무대왕릉에 갔고, 호미곶에서 드론 날리려다 엄청난 비 때문에 그냥 돌아왔고. 그리고... 오늘은... 아무 것도 안 했다. 잠깐 회사에 다녀온 것을 제외하고는. 회사라면 질색인데 오늘은 다녀올 수밖에 없었다. 회사에서 살 것들이 좀 있었다. 어제 술 마시고 고모한테 전.. 2023. 9. 14.
2023년 09월 07일 목요일 맑음 (병원) 한 달만에 병원에 가는 날이다. 예약한 시간에 맞춰서 가도 항상 기다리게 된다. 너무나도 멀쩡해 보이는 사람들이, 한 칸 걸러 한 칸씩 자리잡고 앉아, 스마트 폰만 쳐다보고 있다. 겉으로 봐서는 어디도 아파 보이지 않는데, 다들 마음이 아파 병원을 찾았겠지. 나도 그 중 한 사람이고. 차례를 기다리고 있을 때 처음 방문한 사람이 왔다. 이번 주는 어렵다고, 다음 주도 안 된다고, 빨라야 다다음 주라고 하니까 알겠다며 그냥 돌아가더라. 마음이 아파 힘든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데 놀랐다. 같은 부위에 상처가 나도 느끼는 고통이나 흐르는 피의 양이 다르다. 열 사람이면 열 사람이 다 다르다. 그러니, 고작 그 정도로 상처 받느냐고 비아냥거리거나 멘탈이 약하다고 나댈 필요가 없다. 아픈 사람에게는 위로와 치료.. 2023. 9. 7.
2023년 09월 05일 화요일 맑음 (남을 깔 자격?/하이볼)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라는 절박함이든,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순간에 찾아오는, 소위 '러너스 하이'라는 것을 느끼고 위함이든,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42.195㎞를 세 시간 안 쪽에 주파하는 것은 굉장한 일이다. 어디에서 주워 들었는데 두 시간 넘게 시속 19㎞로 달려야 가능한 것이라고 한다. 시속 9㎞로 뛰기 시작한 지 3분 만에 그만 멈출까 말까 고민하는 내 입장에서는 정말 엄청난 사람들이다. 저 사람들이 내는 성과가 얼마나 대단한지 아니까, 두 시간 반만에 완주하던 사람이 세 시간 걸렸다고 비난할 맘은 단 1g도 없다. 말도 안 되는 거지. 그런데, 달리기는 고사하고 걷는 것조차 싫어하는 사람이, 마라톤 풀 코스를 세 시간이나 걸렸다고 욕하고 깔보는 걸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마라토너가 욕.. 2023. 9. 5.
2023년 09월 01일 금요일 흐림 (벌레 없는 날) 벌레 같은 ㅺ가 휴가를 써서 꼬라지를 보지 않아도 되는 날이었다. 어제 퇴근할 때 근무조를 확인한 후부터 그렇게 마음이 가볍더라. 나름 바빴고 이것저것 할 일이 끊이지 않았지만 기분 좋게 보낼 수 있었다. 얼마 전까지는 사람들이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회사 사람들 대부분이 나를 굉장히 호전적인 인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싸우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저 벌레 같은 ㅺ한테도 적당히 좀 봐주면 될 것을, 기를 쓰고 물어 뜯으려 해서 문제가 생긴다고 보는 것 같더라. 그런데, 요즘은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다. 저 벌레 같은 ㅺ의 무능력함과 뻔뻔함을 인식하기 시작한 거다. 남 일이라 생각했을 때에는 그닥 느껴지는 게 없을테지. 하지만 자기 일이 되면 다르다. 그렇게.. 2023. 9. 1.
2023년 08월 25일 금요일 맑음 (피 같은 휴가가 끝남) 2주 짜리 진단서를 받아서 '본인 진료'를 사유로 청원 휴가를 냈다. 딱 2주를 신청했더니 주말이 제외되어 9일만 반영이 됐더라. 3주를 신청하면 3 × 7 = 21인데 주말 6일 빠지니까 15일, 광복절도 공휴일이라 빠지니까 딱 14일이 된다. 그렇게 신청했음 좋았을텐데 단순 계산으로 2주 신청해서 오늘이 휴가 마지막 날이다. 실은 병원에 가서 2주 짜리 진단서를 한 장 더 받을 수 있겠냐고, 끊어달라고 징징거려서 2주를 더 쉴까 고민했더랬다. 하지만, 한 달에 15일 이상 출근하지 않으면 적지 않은 금액의 수당을 뱉어내야 한다. 그렇잖아도 태블릿 사고 여기저기 싸돌아다니느라 까먹은 돈이 만만치 않아 한 푼이 아까운 처지다. 그냥, 참고 다니다가 9월에 병원 가서 2주 짜리 다시 끊어달라고 하던가 해야.. 2023.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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