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7개월의 일본 생활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온 게 올 해 3월 말. 2주 간의 자가 격리를 마치고 출근하기 시작한 게 4월이다. 급한대로 차가 필요해서 중고 스파크를 질러 잘 타고 다니다가 XC40을 포기하고 GLA를 받은 게 9월.
스파크를 탈 때에도 포항에 두 번 왕복하긴 했지만 불안하긴 했다. 밟으면 밟는대로 잘 나가긴 했는데 아무래도 경차니까 사고라도 난다면 크게 다칠 것 같더라. 100㎞/h 를 넘으면 미친 듯 떠는 것도 불안했고. 그래서 스파크를 타는 동안에는 장거리 여행을 자제했다. GLA가 나온 뒤부터 뽈뽈거리고 싸돌아다니는 중인데 9월에 영월, 10월에 통영을 다녀왔고, 11월은 안면도로 결정.
3일 휴가에 주말을 끼면 5일인데 5일 내내 안면도에서 보낼 필요는 없는 듯 하고. 일단 하루만 있기로 했다. 달랑 하루를 보낸 후 돌아오는 것도 내키지 않는지라 그 후에는 칠갑산에 올랐다가 청양에서 묵던가, 나주에 가던가 하기로 했다. 이도 저도 아니다 싶으면 포항에 가는 방법도 있고.
일단 네일베에서 안면도로 검색. 온~ 통 맛집 어쩌고 하는 글 뿐이다. 그나마 참고가 되면 다행이련만, 죄다 돈 받고 쓴 것 같은 냄새가 난다. 인플루언서 어쩌고 표시하게 된 뒤로 더 질알이다. 한동안 유튜브 뒷 광고 때문에 말이 많았는데 유튜브는 그나마 영상 보기 전에 광고 여부를 알 수 있으니 양반이다. 블로그는 한~ 참을 나불거려놓고 맨~ 끝에 개구리 눈꼽만 하게 협찬 받았다고 쓰면 그만이니... 이래서 검색어 제외 옵션을 써야 한다.
네일베는 - ← 요거, 마이너스 표시를 입력한 후 검색에서 제외하고 싶은 단어를 입력하면 된다. 나는 - 가족 -낚시 -리솜 -맛집 -축제 -카페 -캠핑 -펜션 -풀빌라 -횟집 ← 이렇게 열 개를 제외해야 했다.
그리하여 잡은 일정이 안면암 부교 → 조각 공원 → 자연 휴양림 → 두산 염전 → 에코앤힐링 게스트하우스 되시겠다.
안면도 관광에 대한 정보는 태안군 홈페이지에서 얻으면 된다. 주소는 http://www.taean.go.kr/tour.do
태안팔경이라 해서 백화산, 안흥성, 안면송림, 만리포, 신두사구, 가의도, 몽산해변, 할미·할아비 바위 순으로 안내하고 있는데 단양팔경 흉내낸 것 같아서 딱히 보고 싶다는 마음은 안 든다.
안면암 근처에 있는 부교는 밀물 때 물에 떠 있고, 썰물 때 갯벌 위에 놓이게 된다는데 사진을 보니 물에 떠 있을 때가 훨씬 그럴싸 하다. 일단 내가 가기로 한 날은 11:43이 썰물의 정점 되시겠다. 두 시간 전후로 물이 빠진다고 하니 참고하자. 물 때 확인은 http://www.taean.go.kr/prog/sunRise/tour/sub03_05/list.do ← 여기에서 하면 된다.
태안 시티투어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는데 최소 인원이 열 명이다. 그 이하로 예약이 잡히면 프로그램이 취소된다고 한다. 내가 가고자 하는 날은 평일인데다 비가 예보되어 있어서 아마도 시티투어는 힘들지 않을까 싶다. 태안군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하거나 041-673-9070으로 전화해서 예약해야 하는데 4일 전까지는 예약하고 입금까지 마무리해야 한단다.
겨울철 먹거리로는 새조개 데침, 숭어회, 물텀뱅이탕, 생굴 · 물회 · 무침회, 간자미 회무침, 우럭젓국을 소개하고 있는데 새조개 데침 말고는 1도 안 끌린다. 아니, 새조개 데침 말고는 먹고 싶은 게 1도 없다. 굴 요리는 괜찮지만 많이 못 먹을텐데 틀림없이 2인 이상 어쩌고 하면서 주문 받겠지. 저 동네는 김치와 게를 넣고 자박하게 끓인 게국지가 유명한데 역시나 혼자서 먹을 수 있는 메뉴는 아니다. 일단 혼자서 새우 구이 먹을 생각으로 가는 거라 딱히 음식에 대한 기대는 없다.
숙소는 에코앤힐링 게스트하우스로 정했다. 시골로 갈수록 게스트하우스를 구경하기 어려워지는데 의외로 게스트하우스가 몇 개 있더라. 유명한 건 소풍 게스트하우스지만, 10월부터 손님을 받기 시작했다는 곳에 가보기로 했다. 개도 있고 고양이도 있다는데 내려가다가 휴게소에 개 간식이랑 츄르 같은 거 있음 좀 사들고 갈까 싶기도 하고, 먹을 거 사들고 가서 숙소에서 먹을까 싶기도 하다.
나중에 게스트하우스에 대해 글 쓸 때 또 쓰겠지만, 여기는 예약 시스템이 조금 희한하다. 일단 별도의 홈페이지는 없고, 네일베에서 바로 예약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잔여 객실 확인도 네일베에서 가능. 예약을 신청하면 접수되었다가 아니라 완료되었다고 뜬다. 응?
잠시 후 손전화로 문자 메시지가 온다. 농협 계좌가 적혀 있고 입금한 후 연락 달라는 내용이다. 입금을 하고 나서 답장을 보내면 곧 확인했다며 답장이 온다. 주차에 대한 안내는 없었는데 100% 된다고 하시네. 다녀온 사람의 후기에 의하면 제법 시골인 듯 하니 주차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비오는 평일인지라 아마도 나 혼자일 가능성이 농후하지 않을까 싶은데, 일단 다녀와서 몇 자 더 끄적거리기로. ㅋ
오래 전에 제주의 게스트하우스에 갔을 때, 여행은 하지 않고 창틀에 앉아서 책 보는 사람을 보고 꼴값 떤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책 보려면 집에서 볼 것이지 제주까지 와서 질알한다고 생각한 거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여행을 이해할 수 있다. 집에 있으면 뭐 했는지 기억도 못할 잡스런 것들을 하느라 시간을 까먹어서 책도 못 읽고, 노래도 못 듣는다. 하지만 경치가 좋은 곳에 가면 인터넷이 된다고 해도 책을 읽고 노래를 듣게 되더라. 얼마 전 통영에서 그랬더랬다. 안면도에 가려고 하는 날 비가 온다 하니 아마도 그렇게 혼자 궁상 떨면서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게스트하우스가 맘에 든다면 안면도에서 하루 더 머물 예정이고, 볼 게 없다 싶으면 칠갑산에 올라갔다가 청양 근처 모텔에서 자고 올라올 생각이다. 그나저나, 청양군은 찌질하게 청양 고추 이름 붙은 게 자기들 때문이라는 헛소리 그만했음 좋겠다. 청송 + 영양 줄여서 청양 됐다는 게 정설인데 애먼 청양이 나서서...
아무튼, 여행까지 얼마 안 남았다. 딱히 일하면서 스트레스 받는 일도 없고 그냥저냥 즐겁게 잘 지내고 있지만 쉬는 날은 낯선 곳으로 떠나야 한다는 압박(?) 같은 게 있다. 그렇지 않으면 몇 평 되지도 않는 숙소 내 방에서 아무 생산성 없이 맥주만 까먹다가 후회하게 되니까 말이다.
그나저나, 드론 날려서 사진 찍으면 기똥찰 것 같긴 한데... 최근에 나온 DJI 미니 2가 초보자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전문가 리뷰가 있어서 일단 지르려다 참았다. 겨울은 바람이 강해서 드론 날리기에 좋지 않다고 하니 날이 따뜻해질 때까지 참아볼까 싶기도 하고. 어차피 더 좋은 제품은 또 나올테니까.
2020 안면도 여행
01. 프롤로그
└ https://pohangsteelers.tistory.com/2141
02. 안면도 가는 길
└ https://pohangsteelers.tistory.com/2145
03. 안면암 부교
└ https://pohangsteelers.tistory.com/2146
04. 안면도 수목원
└ https://pohangsteelers.tistory.com/2147
05. 에코앤힐링 게스트하우스
└ https://pohangsteelers.tistory.com/2148
06. 원산안면대교
└ https://pohangsteelers.tistory.com/2149
07. 원산 해수욕장
└ https://pohangsteelers.tistory.com/2150
08. 고남 패총 박물관
└ https://pohangsteelers.tistory.com/2151
09. 새만금 홍보관
└ https://pohangsteelers.tistory.com/2152
10.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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